[기고] 가평군 첫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출범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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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가평군 첫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출범을 축하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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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첫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출범을 축하하며

 

가평군 마을공동체 전문위원 신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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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평군 상면 원흥리 행복마을관리소가 개소를 하고 9월7일(월)부터 활동을 시작했다.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사업은 주야간 10명 이내의 지킴이와 사무원이 말 그대로 행복한 마을을 만들기 위한 가능한 모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마을 청소, 경관 조성, 방범방역 활동, 집수리 및 도시락 배달 등 다양한 취약계층 지원 활동, 등하교 및 안심귀가 서비스, 교육프로그램 운영, 문화예술 활동 및 축제 추진, 공동 소득 활동 등 참여한 마을 주민들의 의지와 역량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업이다. 마을 일꾼 열 명이 상시적으로 마을 구석구석을 찾아다니거나 한 곳에 모여 마을 행복을 위해 일한다면 그 마을이 어떻게 변하겠는가? 상상만 해도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경기도와 사업희망 기초지자체는 이 사업을 위해 관리소 공간조성비, 10명의 인건비, 운영비 등 연 약 3억 원의 예산을 지원한다.

 

혹자는 이런 일들은 마을 사람들이 무료로 봉사를 해야 보람이 있는 것이지 왜 나라 예산을 쓰냐고 할 수도 있다. 공동체 정신이 없는 걸 나랏돈을 준다고 없던 공동체성이 생기냐고 비판을 할 수도 있다. 필자는 가평군에서 주민주도의 마을만들기 사업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예전에는 마을 주민들이 협력도 잘하고 공동체성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 하며 아쉬워하는 주민들을 만나곤 한다. 생각을 해봤다. ‘예전 사람들은 착했고, 지금 사람들은 악해진 건가?’ ‘외지인들이 들어와 살면서 마을공동체 문화가 깨진 건가?’ 정말 그런 건가? 필자의 답은 “아니다”이다. 그러면 왜 그런가?

 

예전 사람들은 한 마을에 살았을 뿐만 아니라, 직장이 같고, 직업이 같고, 그래서 쉬는 때와 먹는 때도 같았다. 즉 논, 밭(직장)에서 같이 일하니 직업은 다 같이 농업이었고, 그러니 바쁠 때(농번기)와 놀 때(농한기)가 같았다. 이렇게 늘 공동으로 시간을 보내니 자연스럽게 공동체 문화가 생기는 것이다. 인성이 착해서 공동체 문화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공동체적인 삶을 사니까 당연히 공동체 문화가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어떤가? 직장이 다르니, 직업도 다르고, 일하는 시간도 다르니, 쉬는 시간도 다르다. 농업만으로 생업이 보장되질 않으니 날품팔이 이 일 저 일 안할 도리가 없다. 주민들끼리 얼굴 보기도 힘들고 마을에서 회의 한 번 같이 하기는 더더욱 힘든데 어떻게 공동체성이 생기겠는가? 인성이 나빠져서 공동체 문화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함께 일 하면서 얘기 나누고, 얘기 나누면서 놀고, 놀다가 일하고, 일하다 배고프면 같이 밥 먹고 술 먹던, 식구처럼 지내던 그 “예전”이 사라졌는데 어떻게 “공동체성”만 남아있겠는가? 외지인들? 그들은 “에전”이나 “지금”이나 마을 문화의 주류가 아니다. 그러니 공동체 문화 없어진 것을 외지인 탓으로 돌리는 건 옹색하다.

  

바로 이 점에서 필자는 “경기행복마을관리소”가 공동체성 복원의 핵심 지점을 짚었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공동의 직장, 공동의 직업을 만들어 준 것이다. 이 점에서 일반 공공근로 사업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공공근로 사업은 행정이 고용주, 주민이 피고용자로서 주어진 시간동안 필요한 노동력을 팔았을 뿐이다. 사업의 목적과 내용을 결정하는데 피고용자가 개일할 여지는 없다. 그러나 행복마을관리소는 내 마을이 직장이고, 마을관리가 직업이 된 것이다. 직장의 주인은 마을 주민이다. 무슨 일을 할지 마을 주민이 결정한다. 일하고, 먹고, 쉬는 공간이 온통 내 마을이고, 일꾼들은 이웃이고, 모이면 늘 내가 사는 마을 일이 얘깃거리가 된다. 이러면 자연스럽게 공동체성이 생긴다. 이런 거 해보려고 ‘마을기업’이라는 걸 만들어 보려고도 하고 지금도 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미 초고령화, 과소화 돼있고, 하루하루 벌이가 급한 주민들이 대부분인 소멸위기의 농촌마을에서 ‘지속가능한 마을기업’은 몇 가지 필요충분조건이 갖춰져야 가능한 쉽지 않은 도전이다.

 

상면 원흥리는 고령화율이 30%가 넘고, 소멸위험지수도 0.24로 매우 높은 마을이다. 지표대로라면 30년 이내 소멸될 고위험 마을이다. 가평군의 약 80%는 원흥리와 비슷한 처지에 놓여있다. 이런 마을들을 국가가 버릴 것이 아니라면, 행정 서비스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면, 이런 마을에 즉각적, 생활밀착형 공공서비스를 주민들이 직접 할 수 있는 지원을 하는 것이 행정력을 늘리는 예산보다 더 효율적이라는 것이 이 사업의 추진 배경이기도 하다. 더구나 마을에 일자리도 생기고 공동체 문화도 생길 수 있다고 하니 마을이 행복해지지 않겠는가? 마을에 행복한 기운이 넘치면 사람들이 들어와 살고 싶지 않겠는가?

 

가평군은 2017년부터 주민주도 역량단계별 마을만들기 사업을 해오고 있다. 아람(舊 희복)마을만들기 사업이다. 이 사업에 참여해 자립과 협동의 노력을 한 마을들이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사업으로 연계된다면 가평군 마을만들기 사업은 한층 더 발전하고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를 만드는 데 좋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원흥리 경기행복마을관리소 출범을 계기로 사업에 지원되는 예산 걱정을 하기에 앞서, 이 곳 저 곳에서 뿔뿔이 사용되고 있는 마을사업 예산들을 어떻게 하면 단계적, 체계적으로 조정하고 지원할 것인가, 마을을 직장으로, 마을 일을 직업으로 삼는 주민들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가평군 행정과 주민의 집단지성의 논의가 촉발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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