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정신적으로는 상위권에,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에’... 전 연세대 김형석 교수의 가훈
40년 전 이야기다. 민간 회사에 다닐 때 팀웍 형성을 위해 워크숍을 간 적이 있다. 그날 전 직원 가훈 발표와 토론을 진행하였는데 ‘성실’ ‘정직’ ‘근면’ ‘의리’ ‘정의’ ‘인정’ ‘자비’, ‘인(仁)’ ‘선(善)’ ‘덕(德)’ ‘사랑’ 등 좋은 단어는 모두 나왔고 추상명사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그날 나의 주의를 끄는 특이한 가훈은 영업부 김부장이라는 분이 발표한 ‘ 중산층으로 살자’였다. 가훈이나 좌우명은 자신의 삶의 모토이자 신조이다. 그런데 어떻게 대부분의 직원들과 달리 아주 구체적으로 ‘중산층으로 살자’라는 문구가 자신의 가훈이 되었을까? 그의 중산층 사랑은 대단하였다.
그에 의하면 우리는 어차피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소득 수준이 계급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타인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형제나 일가, 친척 또는 타인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을 정도의 소득은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삶의 여유가 있고 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불편함이 없을 정도의 경제력, 이것이 그의 중산층의 요체였던 것이다.
현대인은 남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싫어하고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싫어한다. 거기에는 중산층이라는 계층이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요사이 100세 인생 전 연세대학교 김형석 교수의 중앙일보 칼럼을 읽고 또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김 교수의 강원도 양구 ‘철학의 집’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고 한다. ‘정신적으로는 상위권에, 경제적으로는 중산층에’김교수는 슬하에 많은 가족을 두었고 제자 중에는 큰 기업을 운영하는 기업가도 많다고 한다.
그들에게 김 교수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성공해서 부자가 되더라도 사생활과 가정경제는 중산층 수준을 유지하라고 조언한다고 한다. 기업은 기업대로 독립된 공익기관이고 개인 생활은 정신적 가치가 중요하니까, 경제적 관심이나 부담에 너무 빠지지 말라고 권한다고 한다.
축구도 미드필드가 강한 팀이 강팀이다. 베켄바우어가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독일 축구는 천하무적의 전차군단이었다. 사회를 지탱하는 힘, 중산층을 두텁게 해야 한다. 그런데 중산층이 자꾸 줄어든다는 데 우리의 비극이 있다. 나는 중산층인가? 심리적 마지노선까지 무너지면 더욱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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