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농업법인. 사실은 ‘부동산 투기 업체’
○ 농지법 위반에 쪼개기로 1,400억원대 수익 챙긴 26개 농업법인 적발
○ 경기도 반부패조사단, 농지 이용해 부동산 투기한 농업법인 감사결과 발표
- 허위로 농지를 사고 되팔아 부당이득 얻은 26개 농업법인 적발. 25곳 고발
- 장기 휴경 35필지, 불법 농지전용 등 농지법 위반 11필지는 시․군에서 조치토록 통보
○ 헌법상 경자유전의 원칙 훼손 방지 위해 제도개선(안) 마련
○ 3기 신도시 공직자 투기감사 결과도 발표. 투기 사례 없어
[▲ 농업법인 감사결과 발표 기자 회견]
경기도는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농지를 거래, 막대한 차익을 챙긴 농업법인 25곳을 고발한다고 26일 밝혔다.
이들 농업법인이 도내에서 취득 후 매도한 농지와 임야 등 토지는 축구경기장 60개 크기인 60만389㎡에 달하고 단기간 매매를 통해 벌어들인 부당이득도 1,39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농지는 42만2,986㎡로 전체 매도한 면적의 70%이며, 26개 법인들은 영농 의사도 없으면서 농사를 짓겠다고 허위로 신고하고 취득한 농지를 팔아 1,106억 원의 부당이득을 본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도 반부패조사단’ 김종구 부단장은 이날 오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LH 투기 의혹에 따라 도내 개발지역 일대의 공직자 투기 감사 과정에서 농업법인의 불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 “부동산 권리분석, 현장방문 등을 통해 농지법 위반 사실이 확인된 농업법인 26곳을 적발, 공소시효가 지난 1곳을 제외한 25곳을 경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부단장은 “3기 신도시 일대에서 도 및 경기주택도시공사 소속 공직자 및 가족을 대상으로 한 투기 감사 결과, 일부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거래한 직원들은 확인됐으나 상속받거나 증여로 취득하는 등 투기 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직무관련성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도에 따르면 농지법상 농업인이나 농업법인은 영농을 위해 구입하는 경우만 1천㎡ 이상의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 또 농업인이 아닌 일반인은 주말체험농장 목적으로만 1천㎡ 미만의 농지만을 취득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농지 취득자는 예외없이 관할 읍·면·동사무소에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며, 실제 농사를 지어야 한다.
그러나 도가 2013년 이후 경기주택도시공사 개발사업 6개 지구(광명 학온, 성남 금토, 용인플랫폼시티, 안양 인덕원, 안양 관양고, 평택 현덕지구) 및 3기 신도시 개발지구(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고양 창릉, 안산 장상, 광명 시흥, 과천 과천, 부천 대장)와 일대 농지를 취득한 67개 농업법인을 확인한 결과, 26개 법인이 농지를 취득한 뒤 영농행위를 벌이지 않고서 짧은 시간에 필지를 분할, 다수의 일반 개인들에게 되파는 수법으로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겼다.
A법인은 2014∼2020년까지 〇〇지구, 〇〇지구 일대 농지와 임야 28만5천㎡도 구입하면서 농지 16만7천㎡에 대한 농업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그러나 토지 소유권을 취득한 당일부터 2021년 1월 28일까지 1,267명에게 작게는 17㎡, 많게는 3,990㎡씩 쪼개서 팔아 3년 동안 503억 원을 벌어들였다. 특히 A법인은 〇〇시에서 허위 농지취득자격증명발급으로 2016년8월 4일 고발된 이후에도 77차례에 걸쳐 농지를 쪼개 팔았다.
B법인의 투기행위는 경기도 내 9개 시․군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B법인은 2014∼2020년까지 〇〇지구, 〇〇지구 일원 등 농지와 임야 등 44개 필지 43만221㎡를 취득한 후 소유권 이전 등기일부터 437명에게 0.5㎡∼1천650㎡씩 분할해 팔다가 걸려 2018년 7월 12일 고발조치 됐음에도 2020년까지 농지거래를 계속했다. 이 과정에서 B법인이 벌어들인 부당이득은 67억9,300만 원에 달했다.
또 C법인은 〇〇지구의 농지 3필지 1천88㎡를 농업경영 목적으로 3억6천만 원에 매입하고 8명에게 8억8천만 원에 되팔아 5억2천만 원을 챙겼다. 그런데 이들 8명이 C법인에게서 산 농지가 2021년 1월까지 〇〇지구 개발사업에 7억9천만 원에 수용되면서 8명은 매수금액보다 9천만 원의 손해를 입기도 했다.
이밖에 D농업법인은 〇〇시 〇〇읍의 농지 1,589㎡를 개인과 E법인에게 각각 331㎡와 1,258㎡씩 쪼개 팔면서 개인에게는 1㎡당 78만 원에 넘긴 반면 E법인에게는 ㎡당 19만 원에 매도하는 등 개인에게는 4배 이상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도 반부패조사단은 감사대상 농업법인 67개가 소유하거나 매도한 농지의 현장조사를 벌였다. 35필지 3만9,358㎡는 장기간 경작하지 않아 잡풀과 잡목이 우거져 있거나 나대지 상태로 방치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11개 필지 1만4,461㎡는 주차장, 창고, 축산물 유통시설, 정원 등으로 불법 전용되기도 했다.
김종구 부단장은 “26개 농업법인이 허위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아 13개 개발사업지구 일대에서만 구입한 농지가 89필지 6만4,601㎡에 달했으며 이를 634명에게 되팔아 243억 원의 부당이득을 얻었다”면서 “이들 법인의 불법행위 확인을 위해 감사범위를 도 전역으로 확대했고 이들 26개 법인이 쪼개 팔기 위해 구입한 토지는 431필지 60만389㎡로 축구경기장 약 60개 넓이며 부당이득 규모만 1,397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또 “이들 법인 중 25곳을 농지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고 공소시효가 지난 1개 법인은 법인 소재 관할 지자체에 행정처분하도록 통보할 것”이며 “정당한 사유없이 장기간 휴경하거나 주차장, 창고, 유통시설 부지 등으로 불법 전용한 16개 법인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위해 시․군에 통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 반부패조사단은 경찰 고발조치와 별도로 농지법 등 관련 법령이나 제도적 허점으로 인해 헌법이 정한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훼손되고 농지가 부동산투기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관련 부서에 감사 내용을 통보한 뒤 근본적인 제도 개선안을 마련, 정부에 공식 건의할 예정이다<span lang="EN-US" style="letter-spacing: 0pt; font-family: "맑은 고딕", &q